29 July, 2015

병법(兵法) 36계(計)중, 적전계(敵戰計) : 적과 아(我)의 전력이 대등할 때 계략으로 적을 말려들게 하여 격멸하는 병법이다. 第7計~ 第12計


第7計 무중생유(無中生有) 없을 무(無). 가운데 중(中). 생 할 생(生). 있을 유(有)
없는 것 속에 생이 있다는 말이니, 있어도 없는 것 같이 보이라는 허허실실(虛虛實實)의 계략이다.
-. 후한시대 손견은 유표가 다스리는 강하성(江夏城)을 공격했으나 성의 수비가 강하여 성과가 없자, 매일 밤 많은 소선(小船)에 등불을 켜고 배 안팎에 물을 잔뜩 먹인 짚단을 둘려 붙여서 화살이 꽂히게 하여 적진에 접근시켰다. 강하성의 성주 황조는 그 때마다 공격해 오는 것으로 알고 화살을 퍼 부었다. 그러다가 7일만에 아무도 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 다음날은 그 배들이 와도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그 배들에는 많은 군사들이 타고 있었으며 거기다가 강하성의 군사들이 이때껏 쏜 화살을 비축해서 결국 성을 함락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 아군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판을 일으키게 한 후, 암암리에 행동으로 옮기는 이런 작전에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익괘의 원리에 따라 처음 시작단계에서는 작은 가상(假像)을 사용하다가 계속 큰 가상으로 확대해 나가다가 결국에는 진상(眞相)을 갑자기 드러내는 형상에서 나온 것이다.



第8計 암도진창(暗渡陳倉) 어두울 암(暗). 건너 갈 도(渡), 진창(陳倉 고을 이름)
암암리에 진창으로 건너가다.
-. 항우는 유방을 경계하여 한왕(漢王)으로 봉함으로써 군사 요충지인 관중을 떠나 한중으로 가도록 하였다. 유방은 관중을 떠날 때 장량의 권고를 따라 잔도(棧道)를 불태워 버렸다. 잔도는 험한 벼랑에 나무로 가설해 놓은 길인데, 관중으로 통하는 이 길을 스스로 없애 버림으로써 자신이 관중을 넘볼 마음이 없다는 뜻을 항우에게 보여준 것이다.
한중에서 세력을 형성한 유방은 한신을 대장군으로 삼아 동쪽을 정벌할 계획을 세웠다. 한신은 군사들을 시켜 불타 버린 잔도를 수리하는 척하였다. 관중을 지키던 초나라 장수 장한은 잔도를 수리하는 기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방심하면서도 군사들을 잔도로 집결시켰다. 장한이 잔도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동안, 한신은 대군을 이끌고 우회하여 진창을 점령하고 관중을 함락시킴으로써 중원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였다.
이로부터 명수잔도 암도진창(明修棧道, 暗渡陳倉:겉으로는 잔도를 수리하는 척하면서, 몰래 진창으로 건너가다)’이라는 말이 생겼다.
여기서 유래한 암도진창(暗渡陳倉)은 ‘몰래 진창으로 건너가다.’라는 뜻으로, 정면으로 공격할 것처럼 위장하여 적이 병력을 그쪽으로 집결시키도록 한 뒤에 방비가 허술한 후방을 공격하는 계책이다. 이는 제6계인 성동격서(聲東擊西)와 비슷한 계책이다. 또 적에게 거짓된 정보를 흘려 역으로 이용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고, 남녀 간의 부정한 행위를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전술에는 이와 같은 우회작전(迂回作戰)이 잘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정면이 제일 강한 것이니, 강한 곳을 공격하지 말고, 적의 허를 찔러 허술한 곳을 공격하라는 것이다. 단 이 전술을 사용하려면 정공법(正攻法)이 있다는 것과 우회를 적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해야 한다. 즉, 정면으로 공격해 올 것이라고 믿게 하지 않으면 측면을 허술하게 할 수 없음으로, 우회가 발각되면 아군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럼으로 고의로 자신의 공격방향을 노출시켜 적이 이에 대비하도록 유도하고, 실제로는 다른 곳으로 우회 공격하게 하는 것이다.



第9計 격안관화(隔岸観火) 사이가 떨어질 격(隔). 언덕 안(岸). 볼 관(觀). 불 화(火)
건너편 언덕의 불을 구경한다.
-. 삼국시대 원상 등은 조조에게 패하여 요동의 공손강에게 도망쳤다.
조조는 이를 추격하다가 공손강을 공격하면 원상과 손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군을 되돌렸다. 그러자 애당초부터 원상을 두려워했던 공손강은 원상 등을 베어 조조에게 보냈다. 즉 남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 상대방에게 내분이 있을 때, 섣불리 손을 내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것은 제5계인 진화타겁(趁火打劫)의 역(逆)이다. 그러니 손을 내밀 것인가, 구경만 할 것인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 계는 자국의 내분에도 사용된다.
대립되는 국내여론을 통일하거나, 관심을 타(他)로 돌리고자 할 때 강력하고 악역한 적을 만들어 관심을 그쪽으로 돌리게 하고 뭉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적의 강악(强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국민으로 하여금 적은 강악하고, 우리는 정의라고만 믿게 하면 되는 것이다.
적에게 내분이 생기면 극에 달하기를 조용히 기다려라. 적들이 서로 반목하고 원수가 되어 싸우면 반드시 멸망으로 치닫게 되니 구경만하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第10計 소중유도(笑中有刀) 웃을 소(笑). 가운데 중(中). 있을 유(有). 칼 도(刀) or 소리장도(笑裏蔵刀) 웃을 소(笑). 속 리(裏). 숨길 장(藏). 칼 도(刀)
웃음 속에 칼이 있다. 또는 웃음 뒤에 칼이 있다.
-. 부드러운 외형에 강한 내면을 숨기는 것이다.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한중왕에 오르자, 위나라의 조조는 오나라의 손권과 손을 잡고 형주를 치려고 하였다. 유비는 관우를 보내 형주를 지키게 하면서 위나라의 번성을 치도록 하였다.
육구에 주둔한 오나라의 여몽은 관우가 마음을 놓도록 하기 위하여 병이 든 것처럼 속여 물러갔고, 무명의 육손이 그를 대신하였다. 육손은 육구에 부임하여 관우의 무용을 칭송하는 겸손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관우는 노련한 여몽은 경계하였지만 젊고 무명인 육손에 대해서는 애송이라 여기고, 형주 병력의 태반을 거두어 번성을 공격하는 데 투입하였다. 여몽은 형주의 병력이 취약한 틈을 타서 공격하여 함락시켰다. 관우는 여몽과 육손의 소리장도 계책에 넘어간 것이다.
구당서(舊唐書) 이의부전(李義府傳)에 나오는 말로서, 당나라 고종 때 중서시랑을 지낸 이의부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문장에 능하고 사무에 정통했다. 고종이 즉위한 뒤 무측천을 왕후로 세우려고 했을 때 이의부는 적극 찬동하여 황제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겉으로는 온화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반드시 미소를 지으며 선량한 얼굴을 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은 각박하고 간사하여 음험한 계책으로 다른 사람들을 해쳤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의부의 웃음 속에는 항상 칼이 숨겨져 있다 故時人言 義府 笑中有刀.’고 말하였다. 이의부는 자기에게 거스르는 자는 문책하고, 자기에게 편드는 자를 모아 돈벌이를 했다. 그리하여 벼슬을 바라고 이익을 구해 그를 찾는 자가 늘어갔다. 고종이 이를 알고 주의를 주었지만 그는 마음에 두지 않았다. 한번은 우연히 새 인사명부를 보고 승진 내정자를 불러 승진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 나중에 이 사실이 밝혀지자 그의 부자는 귀양을 떠났다. 고종의 대사면 령으로 그도 사면을 받았으나, 그는 도성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병사하였다. 도성의 관원들은 그 제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통감강목에도 당나라 현종 때의 간신 이임보(李林甫)라는 재상이 겉으로는 선을 장려하고 그럴듯한 말을 하나 은밀히 함정을 파고 지식인들을 음해한 것을 가리켜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는 사람(구밀복검;口蜜服劍)’ 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겉으로는 웃음을 띠고 있으나 내심은 음험하고 악랄한 사람을 가리켜 소중유도(笑中有刀), or 소리장도(笑裏蔵刀)라고 한다.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이 말은 ‘겉으로는 웃는 낯으로 상냥하게 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상대방을 해칠 뜻을 품고 있음을 말하며, 병법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하여 안심시킨 뒤에 허를 찔러 공격하는 계책이다.
손자(孫子)는 ‘적의 태도가 겸허하면서 병을 증강하고 있는 것은 공격을 하려는 것이고, 갑자기 화평을 말하는 것은 다른 계략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외교의 장에서는 겉과 속이 다르다. 어떠한 사기꾼도 웃는 얼굴로 접근해 오고, 악질사채업자도 빌려 줄 때는 웃는 얼굴인 것이다. 상대방의 본심(本心)을 알아내어야 하는 것이다.



第11計 이대도강(李代桃僵)
자두나무 이(李). 대신할 대(代). 복숭아 도(桃). 쓰러질 강(僵)
복숭아나무 대신 자두나무가 죽었다.
-. 중국 고대와 중세의 악부시를 집대성한 악부시집에 실린 계명(鷄鳴)이라는 시에서,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벌레들에 갉아 먹혀 희생하는 것을 형제간의 우애에 빗대어 노래하였는데 여기서 유래되었다.
복숭아나무 우물가에서 자라고 桃生露井上,
자두나무 그 옆에서 자랐네 李樹生桃旁.
벌레가 복숭아나무 뿌리를 갉아먹으니 蟲來齧桃根,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죽었네 李樹代桃僵.
나무들도 대신 희생하거늘 樹木身相代,
형제는 또 서로를 잊는구나 兄弟還相忘.
여기서 이대도강이라는 성어가 생겼고, 병법에 응용되어 작은 것을 희생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이끌어내는 전략을 뜻하게 되었다. 이른바 나의 살을 내주고 적의 뼈를 취하는 전략이다.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은 제각기 장단점이 있으며,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운 법이다. 승부의 비결은 장단점을 서로 비교하여 단점으로써 장점을 이기는 데 달려 있다.
춘추시대 말기에 제(齊)나라의 대장군 전기는 왕자들과 마차 경주 내기를 하곤 하였다. 전기에게 의탁하고 있던 손빈은 마차를 끄는 말에 상중하의 등급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전기에게 이렇게 조언하였다. “장군의 하 등급 말을 상대의 상 등급 말과 겨루게 하고, 상 등급 말을 상대의 중 등급 말과 겨루게 하며, 중 등급 말을 상대의 하 등급 말과 겨루게 하십시오.”
여기서 손빈이 사용한 계책이 이대도강의 예이다. 하 등급 말이 상 등급 말과 겨루면 질 것이 뻔 하지만, 다른 두 번의 승리를 위하여 한 번 지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결국 전기는 한 번 졌지만 두 번을 이김으로써 왕자들로부터 천금을 딸 수 있었다.
여기서 유래한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넘어지다.’라는 뜻의 이대도강(李代桃僵)은 복숭아나무 옆에 자두나무를 심었더니 복숭아나무에 덤벼들었던 해충들이 자두나무에 덤벼들어, 자두나무가 죽였다는 것으로, 자두나무가 복숭아나무를 대신하여 죽은 것이다. 즉, 작은 손해를 보는 대신 큰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 전쟁에서는 아군도 적군도 필사적이다. 아군도 희생이 없을 수가 없다. 때로는 아군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이길 때도 있다. 도서(島嶼)의 전투에서 적이 우세한 경우, 섬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그대로 둔 채, 적에게 내어주고는 보급로를 차단하고 굶주리게 해서 항복하게 하는 작전이 그런 것이다. 작은 것을 희생시켜 큰 것을 얻는 계략이다.



第12計 순수견양(順手牽羊)따를 순(順). 손 수(手). 끌어당길 견(牽). 양 양(羊)
기회에 순응(順應)하여 손에 잡히는 양을 끌고 간다.
-. ‘옛날 어느 양치기가 양떼를 몰고 가다가 좁은 길에 들어섰다. 그 때 나그네 하나가 지나가다가 잠시 그 속에 휩싸였다가 나타났는데, 그 손에 양 한 마리가 끈에 묶여 끌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도 당당하였기에 양치기는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구체적으로는 ‘적이 드러낸 허점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이용하고, 아군에게 유리한 점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때를 놓치지 않고 쟁취한다 微隙在所必乘, 微利在所必得.’는 것이다.
이는 육도(六韜)에서 ‘잘 싸우는 사람은 아군에게 유리하다고 생각될 때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때가 되면 의심을 품지 않고 단행한다 善戰者, 牽利不失, 遇時不疑.’라고 말한 것과 통한다.
적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공격하여 작은 승리를 거두고, 이러한 작은 승리가 쌓이면 큰 승리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으로, 주로 적이 이동하면서 드러내는 허점을 공격하여 승리를 얻어내는 것을 말한다.
4세기 때 전진(前秦)의 황제 부견은 동진(東晉)을 정복하기 위하여 90만 대군을 징집하였다.
부견은 동생인 부융을 선봉대로 보내어 수양을 점령하였다. 부융은 동진의 병력이 적고 군량도 부족한 사실을 파악하고, 부견에게 빨리 공격할 것을 건의하였다. 부견은 90만 대군이 모두 집결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수천 명의 기병만 이끌고 수양에 당도하였다.
동진의 장군 사석은 전진의 대군이 모두 집결하지 않은 틈을 타서 적의 선봉을 공격하여 격퇴시킴으로써 적의 예봉을 꺾었다. 이후 동진과 전진은 비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되었는데, 사석은 중과부적이므로 속전속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였다. 사석은 교만한 부견을 자극하여, 물을 사이에 두고 싸우기 불편하니 조금만 병력을 후퇴시키면 물을 건너가 싸우겠노라는 뜻을 전하였다. 부견은 동진의 군대가 물을 건널 때 기습하여 섬멸할 요량으로 군대를 후퇴시켰는데, 전진의 병사들은 그 이유를 모르고 동진에 패하여 후퇴하는 줄로만 알고 서로 먼저 도망치려 하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동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수를 건너 공격하였고, 부견은 그 와중에 화살에 맞아 부상하여 겨우 10만 병사만 이끌고 장안으로 돌아갔다.
이 전투를 비수전투라고 하는데, 고대 전쟁사에서 열세인 병력으로 강대한 적을 상대하여 승리한 전례(戰例)의 하나로 꼽힌다. 이 전투에서 동진이 사용한 병법이 순수견양의 예로 인용된다.
★ 이 계는 적에게 작은 틈이라도 생기면 작은 이득이라도 얻어내라는 것이다. 역으로 틈을 만들어 적을 유인하는 계도 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