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January, 2015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 戰國策 (전국책) - 예양 / 사기 - 열전 - 사마천


士爲知己者死(사위지기자사)
女爲悅己者容(여위열기자용)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예뻐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


이말은 戰國策 (전국책)에 기록된 '신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비 예양'에게서 유래된 얘기입니다. 또한 사마천의 '사기'중에 '열전'편에도 이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춘추시대 말기에 진[晉]이라는 나라가 (훗날 전국을 통일한 진[秦]과 다름) 있었는데
군주의 힘이 약해지자 귀족 세력들이 발호하여 세상이 어지러워졌습니다. 이들은 진나라의 영토를 능력껏 나누어 지배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지씨세력의 지도자는 지백이란 사람으로 그는 진나라 전체를 손에 넣으려는 야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때때로 다른 집안을 핍박하여 영지를 빼앗고는 했는데 조씨 세력은 이를 거부하고 저항하였으므로 지백은 한씨 및 위씨와 동맹을 맺고 조양자를 공격했습니다. 조양자는 힘에서 밀리자 근거지를 진양으로 옮기고 힘겨운 저항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조양자의 가신 하나가 이간책을 써서 한씨와 위씨를 지백에게서 떼어놓았습니다.

그 결과 지백은 이 싸움에서 전사하고 가솔들은 죽임을 당하고 가신은 흩어졌으며 지백의 해골은 그가 증오했던 조양자의 변기로 사용되었습니다. 지백의 가신중에 예양(豫讓)이라는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에 범씨, 중행씨 등을 섬겼지만 미관말직에 머물 뿐으로 좀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지백에게 발탁되어 중용된 사람입니다.

예양은 졸지에 주군을 잃자 복수를 다짐합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예뻐하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나는 선비로서 기필코 주군의 복수를 하고야 말리라."

예양은 이름을 바꾸고 화장실 인부로 변신하여 조양자의 저택에 숨어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조양자가 화장실에 들어가려는데 문득 가슴이 서늘하므로 곁에서 일하던 일꾼을 잡아 문초하니 가슴에 비수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예양입니다.

예양을 문초하니 "지백을 위해서 원수를 갚으려 했소."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부하들이 그의 목을 베려고 하였습니다. 이에 조양자는 "이 사람은 의인이다. 내가 조심하여 피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지백은 이미 죽고 후손도 끊겼는데 가신(家臣)으로써 주인을 위하여 원수를 갚으려고 하였으니 이 사람이야말로 천하의 현인이다." 하며 그를 기특하게 여겨 풀어줬습니다.

아무리 의기라 하나 봐 주는 건 이 번 뿐이다. 그러니 멀리 떠나거라. 지백도 그만하면 네 뜻을 가상히 여기고 편히 눈을 감으리라. 하지만 예양은 뜻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몸에 옻칠을 하고 수염과 눈썹을 밀어버리고 숯을 먹어 목소리를 쉬게 한 다음 문둥병자로 변장했는데 그 아내조차 몰라볼 정도였습니다.
예양은 사전 답사를 통하여 조양자의 습관이며 움직이는 동선을 철저히 분석한 후 조양자가 지나갈 다리 밑에 미리 숨어들어가 조양자가 지나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조양자의 말은 다리 가까이에 이르자 갑자기 무엇엔가 놀란 양으로 소리치며 흠칫 뒤로 물러나더니 더 이상 나아가지를 않았습니다.

분명 예양의 살기 때문이라고 짐작한 조양자가 부하들을 시켜 다리 밑을 수색하게 했으므로 예양은 어이없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조양자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예양을 꾸짖었습니다. "너는 옛날에 다른 중신들도 섬기지 않았느냐? 그들을 죽인 것은 다름 아닌 지백이었다. 그런데 너는 그 원수를 갚기는커녕 도리어 원수의 신하가 되어 나를 노리니 이야말로 어불성설 [語不成說]이 아닌가?"

그러자 예양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범씨와 중행씨를 섬긴 일이 있습니다. 범씨와 중행씨는 모두 저를 보통 사람으로 대접하였으므로 저 역시 보통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보답하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백은 저를 선비로 대우하였기에 저도 마땅히 선비의 예로 그에게 보답하려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조양자는 탄식하여 말했습니다. "아 예양이여, 네가 지백을 위해서 충성과 절개를 다했다는 것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내가 그대를 용서하는 일 또한 이미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젠 어쩔 수가 없구나. 더 이상 그대를 놓아 주지 않을 것이다!" 예양은 이제 자신의 최후가 다가왔음을 알고 조양자에게 간청했습니다.

"현명한 군주는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리지 않고, 충성스런 신하는 이름과 지조를 위하여 죽을 의무가 있다'고 합니다. 전날 군왕께서 저를 너그럽게 용서한 일로 천하 사람들 가운데 당신의 어짊을 칭찬하지 않는 자가 없었습니다. 오늘의 일로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러나 모쪼록 당신의 옷을 얻어, 그것을 칼로 베어 원수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도록 해주신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이것은 제가 감히 바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제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은 것뿐입니다!"

조양자가 그 의기에 감동하여 전포를 벗어 주니 예양이 칼을 들어 옷을 세 번 찌른 후 스스로 자기 목을 찔러 자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분명히 칼로 옷을 쳤을 뿐인데도 옷에서 피가 흘러내렸던 것입니다.

예양은 자기를 알아준 지백을 위해 인생을 걸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도 누가 나를 알아준다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적어도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며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입니다. 우리들 스스로도 만약에 이 세상이 진정으로 원하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만에 빠져들기 전에 우선 자신을 믿고 알아준 세상에 대해서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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