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Jun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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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의 백돌이 (조용필 - 킬리만자로의 표범)




*킬리만자로의 백돌이*


잃어버린 공을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백돌이를 본 일이 있는가?
티샷 공은 어디로 보내고 다 썩은 헌 공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백돌이.
나는 백돌이가 아니라 싱글이고 싶다.
한 번에 올리고 여유있게 기다리는 그 싱글이고 싶다.

사무실에선 위대해지고 골프장에서는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어느 오비말뚝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그 필드의 그 햇살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골프장 숲속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러프에 꼭꼭 숨은 내 공만 찾을 수 있다면야.


새벽같이 왔다가 기분 잡쳐 갈 순 없잖아.
내가 쓸 카드일랑 남겨둬야지.
돈이야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배판쳐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날리려 애쓰는 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애타는 쪼로를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뒷땅 치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웬일로 배려해주는 멀리건 때문이라고.
멀리건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스트로크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스트로크를 사랑한다.
너는 캐디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캐디를 사랑한다.
너는 돈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돈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게 제대로 잘 맞았지만
오비 나서 멀리건 받은 공에 건배!!!


골프가 외로운 건 돈을 걸기 때문이지.
많은 돈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점수도 내기도 실력을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돈이란 양파가 보이는 가슴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판돈을 잃어도 매너는 후회않는 것.
그래야 개평 회수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해저드일지라도 해저드 귀퉁이서 나는 날리리.
메마르고 다 털린 지갑일지라도 배판에 한 방 꿈을 접지 않으리.
거친 폭풍우 초목을 흔들어도 훅이나 슬라이스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내가 지금 이 러프를 뒤지고 있는 것은 웬수
동반자가 간절히 공 없기를 원했기 때문이야.

내 공인가 버섯인가 저 하얀 것 잃어버린 공.
오늘도 나는 가리 골프채 메고.
산에서 만나는 로스트볼과 악수하면 그대로 백돌인들 또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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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 가사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 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꼿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 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비어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꺽이지 않는 한그루 나무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 양인자 작사, 김희갑 작곡